002 웹의 친절함, 불친절함과 개인적인 언어
‘나는 무엇에게 친절하고 무엇에게 불친절한가?’를 생각해보면 친절함과 불친절함의 감각을 떠올릴 수 있다. 고양이에게 친절하지만 부모님에게 친절하지 않거나, 부모님에게 친절하지만 고양이에게 친절하지 않거나, 그 기준과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입장을 바꾸어, 고양이와 부모님은 나에게 친절한지, 불친절한지 생각해보자. 나의 친절에 관계없이 그들의 친절함, 불친절함은 또 다른 영역이다.
웹은 나에게 친절한가, 불친절한가?
웹을 들여다보고 검색하여 정확한 결과를 찾아내는 것, 쇼핑몰에서 원하는 물건을 집 앞까지 오도록 구매하는 것, 누군가의 정보와 SNS를 염탐하는 것, 이미지와 글을 이용한 자신 뽐내기와 근황 토크를 할 수 있는 웹 기반 플랫폼,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것. 자세히 들여다보면 웹 세상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웹은 나에게 친절한가?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모든 일들이 물성을 포함한 ‘실제 사건’으로, 혹은 ‘실제인 것처럼’ 일어난다. 웹의 무한한 공간 속에 존재하며 모든 것을 소비하고, 소비되어질 가능성도 생각해보자.)
반대로, 웹은 나에게 불친절한가?
정부 인증발급사이트에서 공동인증서 등의 복잡한 모든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에 튕겨버리는 웹의 거친 모습, 배신적인 면모, 웹에서 아내가 쓴 나의 험담을 발견하게 하는 사악하고 이중적인 모습(‘웹을 이용하면서 가장 최악이었던 순간은?’을 조사한 최악의 사건 중 하나이다.), 접하고 싶지 않은 광고들이 늘 따라다니는 것과 웹을 통해 이루어지는 범죄의 현장들, 조금만 철자가 틀려도 원하는 페이지로 이동이 불가능하고, 가끔 누군가가 해킹하도록 허술한 모습을 보이며 나의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기도 하는 웹. 그렇다면 웹은 당신에게 불친절한가?